세계

아랍 정상들 'OK' 했는데…트럼프 평화안, 단 하나의 조건에 막혔다

2025.09.26. 오후 04:52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가자지구 평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동티모르식 해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주요 아랍·무슬림 국가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시한 이 구상은, 과거 동티모르와 코소보의 전후 재건 과정에서 적용됐던 '국제 신탁통치' 모델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전쟁이 끝난 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과도 통치 기구(GITA)가 최장 5년간 가자지구의 행정과 치안을 책임지고, 이후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주권을 이양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이 극도로 경계하는 PA의 즉각적인 가자지구 장악을 막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절묘한 절충안인 셈이다. 이 계획에는 영구 휴전, 모든 인질 석방, 하마스의 행정 참여 배제, 가자 주민 강제 이주 금지 등 21개 항목이 담겼으며, 과도 통치 기구의 수장으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구상의 핵심 당사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수용 여부부터가 불투명하다. 그는 그동안 PA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추진에 대해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두 사람의 만남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절친'으로 알려졌던 두 사람의 관계가 이번 평화안을 계기로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또한,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의 구상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PA의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며, 과도 통치 기구 수장으로 거론되는 블레어 전 총리 역시 과거 이라크 침공 지원 전력과 네타냐후 총리와의 유착 관계 등으로 인해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잠재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