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은행은 웃고, 고객은 울고..예·적금 금리만 내리는 '이상한' 금리 정책

2025.03.26. 오전 11:12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 및 적금 상품의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 금리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묶여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369정기예금(12개월)'과 '행복knowhow연금예금(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 등 예금 상품 2종의 기본금리를 0.30%p 인하, 연 2.80%에서 연 2.50%로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4일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30%p 내려, 624개월 상품은 연 2.30%에서 2.00%로, 24~36개월 상품은 연 1.90%에서 1.80%로 변경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번 주 중 예금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1년 만기) 최고 금리는 현재 연 2.803.10% 수준으로, 불과 2주 전인 이달 8일(2.903.30%)과 비교하면 하단은 0.10%p, 상단은 0.20%p나 낮아졌다.

 

반면,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최근 정부는 금리 하락과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금융권을 향해 주택대출 자율 관리를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1분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진 면담을 통해 원인을 점검하고, 관리 계획 이행을 유도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는 실시간 비교가 가능해 소폭만 조정해도 특정 은행으로 고객이 몰릴 수 있다"며 "정부의 대출 관리 압박이 거센 현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예금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는 반면, 대출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46%p로, 전월(1.43%p)보다 0.03%p 확대됐다.

 

이러한 금리 흐름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일부 지역의 규제 완화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높은 대출 금리가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금리 기준 4%대 초중반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예금 이자 수익은 줄고 대출 이자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